APEC, 트럼프 다녀간 힐튼호텔 얼마 벌었을까?

📢 안녕하세요, 전국 1,000개 숙박업장과 함께하는 벤디트입니다.

 지난주 경주는 그야말로 ‘축제’였습니다.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APEC 정상회의로 전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모여들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은 경주를 단숨에 국제 뉴스의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세계 2만여 명이 경주로 몰려들었고, 힐튼 경주를 비롯한 특급호텔들은 그야말로 ‘완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모두가 웃었을까요? 오늘은 APEC이 숙박업소들에 가져온 영향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목차

1. 트럼프 한 번 묵자, 방값이 3배 뛰었다.

2. 이번 APEC으로 모두가 웃었을까?

3. 성공적인 개최에도 여전히 남은 숙제

#트럼프 한 번 묵자, 방값이 3배 뛰었다.

##APEC특수로 객실가 급등

 이번이 얼마나 대단한 행사였는지 숫자로 보면 확실합니다. 평소 5만원이던 평일 객실이 30만 최대 6배입니다. 정상급 인사들이 묵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어떨까요? 하루 숙박료가 1,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보문단지 주변 호텔들은 행사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마감되기 시작했고, 일반 호텔도 82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랐습니다.

##힐튼호텔은 얼마를 이득봤을까?

 힐튼 경주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숙소로 배정됐습니다. 코오롱호텔은 중국에, 소노캄 경주는 무려 7개의 정상용 숙소(PRS)를 마련했죠. 정부는 이들 호텔의 객실을 정상급 숙소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120억원을 투입했고, 경주 전체로는 시설 리모델링에 1,700억원까지 들어갔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객실가는 10배 이상 받으며, 향후 ‘트럼프가 자고 간 호텔’이라는 마케팅 효과까지 얻은 셈입니다. 경주 전체 1만 6,800여 실의 객실 가동률은 85~90%를 기록했고, 행사 기간에는 거의 만실이었습니다. 

 힐튼 경주는 4박 5일 동안 약 13억원의 단기 수익을 올렸고(평소 대비 10배), 여기에 정부 지원 10억원 + 향후 ‘트럼프 숙박’ 마케팅 효과로 연간 20~30억원 추가 수익이 날것으로 예상됩니다쉽게 말해 일주일도 안 되는 행사로 최소 40억원 이상의 직간접 이득을 본 셈입니다.

#이번 APEC으로 모두가 웃었을까?

##빈방 남은 중소형 숙박업, 크루즈선까지 동원

 하지만 모든 숙박업소가 특수를 누린 건 아닙니다. 경주의 ‘숙박난’은 특급호텔과 대형 리조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작 중소형 숙박업소들은 예약조차 문의가 없었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대형 대표단과 기자단은 당연히 특급호텔을 선호했고, 일반 관광객들은 행사 기간 동안 경주 방문을 꺼렸습니다. 교통통제에 관광지 접근 제한까지 더해지니 ‘이번엔 그냥 패스’하는 분위기였던 거죠.

 다행히, 이런 편향된(?) 숙소의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 영일만항에 7만t급, 2만6,000t급 크루즈선을 정박시켜 1,100개 객실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CEO들은 울산, 대구, 부산에서 출퇴근해야 했습니다.

##도시는 들썩, 골목은 조용

대형 호텔가는 경호 차량과 취재진으로 북적였지만, 골목 상권은 조용했습니다. 평소라면 관광객들로 가득했을 황리단길이나 첨성대 주변 상가들은 오히려 한산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궁과 월지는 만찬장 후보였지만 문화재 출토 가능성 때문에 무산됐고, 불국사도 동선 문제로 제외됐습니다. 결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정도만 활용됐습니다. 큰 행사일수록 ‘양극화’는 심해지는 법입니다. 보안상의 이유와 행사의 특성을 고려해 도시 내의 양극화는 어쩔 수 없지만, 그 대상이 되는 숙박업소들은 울상을 지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성공적인 개최에도 여전히 남은 숙제

##이벤트가 끝나면 수요도 끝난다

 APEC이 끝난 지금, 경주의 숙박 시장은 어떨까요? 예상대로 조용합니다. 행사 기간 동안 치솟았던 객실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예약률도 평년 수준입니다. 물론 특급호텔들은 ‘정상 숙박 체험’ 상품을 준비하며 프리미엄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자고 간 그 방”에서 묵는다는 경험 말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지속 가능한 수요 창출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주는 사실상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천년고도의 문화유산과 첨단 산업벨트, 보문호-동궁과 월지로 이어지는 야간 경관, 황리단길의 체험형 콘텐츠까지 갖춘 도시입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국제 행사 유치 도시로서의 역량을 증명했지만, 이것이 유지될지 단발성으로 끝날지는 이제 경주의 몫입니다. 1,700억원을 들여 업그레이드한 시설들이 앞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지,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중소형 숙박업소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APEC은 분명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행사와 성공적인 지역 경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뉴욕타임스가 2023년 새만금 잼버리의 악몽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 것처럼, 화려한 성과 뒤에는 항상 냉정한 평가가 따릅니다. 중요한 건 이 경험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느냐입니다. 경주가 ‘행사 도시’를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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